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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플렘와치, 세이브꿍, 카인제파] 센티넬버스AU+최종병기그녀 01


에피소드 1. 동부 전선에는 괴물이 산다



호종은 달리는 기차 안에서 자꾸만 헛기침을 했다.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전선에 발령이 난 것 때문에 긴장이 되어 참을 수가 없었다. 원래는 동기인 형우가 발령을 받은 것으로 알았지만 형우는 서부 전선에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그 의사가 받아들여져 호종이 대신 동부 전선으로 발령이 나게 됐다. 사실 어찌 되든 상관은 없었다. 호종은 빨리 전선에 투입이 되고 싶었다.


“아 모자가 삐뚤어졌네...”


장교 모자의 각도를 똑바로 맞춘 호종은 다시 숨을 고르며 기차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호종이 살고 있는 국가는 총통이 존재하는 군부국가였다. 때문에 군인들은 존경을 받았고 군인이 되면 안정적인 급여와 보장된 노후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 사관학교에서 고된 교육을 받으며 호종은 매번 생각했다. 이 모든 건 내가 가이드로서 전장에서 충분히 활약하기 위한 디딤돌이야. 그러나 생각한 것과 전장은 다를 게 분명했다. 게다가 호종을 데리고 기차가 달리는 동부 전선은 서부나 남부와 달리 최전방이었다. 호종은 앞좌석에서 지루한 듯 창밖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한규에게 말을 걸었다.


“선배님.”

“왜.”

“전장에 나가도 안 죽겠죠..?”

“미친놈.”


단박에 욕설이 귀에 꽂혔다. 호종은 자신이 생각해도 웃기는 질문을 던졌다고 생각했다.


“군인이 전장에 나가서 안 죽을 생각부터 하냐.”

“그래도..”

“너 그리고 도착하면 ~해요 이딴 말 쓰면 안 된다. 나야 그런 거 눈 감아줘도 거긴 급박한 곳이라 다나까 다 붙여야 돼. 알았어?”

“예, 알겠습니다.”


한규는 한숨을 쉬며 걱정스레 말했다.


“아직 감응이 안 된 가이드들이 다 그렇다곤 하지만 싱크로가 평균 60이 될까 말까한 놈이 최전선이라니..”


호종은 방금 질문을 던졌을 때보다 더 쪽팔려졌다. 보통 가이드는 정신없는 전장에서 어느 센티넬에게 도움을 줄지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어느 센티넬에게든 평균 60%는 넘는 싱크로율이 나와야한다. 그러나 호종은 가까스로 60은 찍었어도 그 이상을 내진 못했다. 한 마디로 열등한 가이드였다. 그래도 싱크로율을 제외한 다른 항목에선 최고점이었던 덕분에 졸업은 무사히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호종은 같이 졸업한 동기들보다 싱크로율이 떨어진다는 점이 콤플렉스로 남아있었다. 한규는 말을 이었다.


“그래도 동부엔 괴물 병기가 있어서 출전만 하면 다 쓸어버린다니까..”

“괴물이요?”

“야.”

“..괴물말입니까?”

“어. 전쟁 초기부터 활약한 병기가 있다고 들었어. 센티넬인데, 장병 200명분의 전투력이라고 뭐 그러던데.”

“...그게 사람입니까?”

“내 말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센티넬도 장병 50인분을 넘을까 말까한데 200명이라니 구라겠지.”


생각을 해보니 사관학교에서도 그런 말이 나돌긴 했었다. 동부 전선에는 괴물이 산다. 정부를 공격하는 반란군과 맞닿은 국경지대 때문에 근접한 국가의 게릴라들이 자꾸만 쳐들어오는 동부 전선은 규모에 상관없이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그 전쟁의 극 초기부터 활약해온 괴물이 있다고 했다. 동기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화제 거리로 오르던 주제이긴 했다. 과연 그 병기가 진짜 병기인지, 아니면 매번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부대 자체를 찬양하는 별명인지, 그런 시답지 않은 수다를 동기들끼리 떨고는 했다. 그런데 정말로 사람이었다니. 호종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궁금하긴 하다. 어떻게 생긴 인간 병기인지.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기차는 동부에 도착해 멈춰있었다. 한규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가자. 최전방이다.”

“네.”



**



영진은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왜 또 기분이 더러워.”


영진은 짜증을 내다가 고개를 들었다. 하사인 재민이었다.


“어, 형.”


계급은 중사인 영진보다 한 계급 아래였지만 같이 전장에서 뒹굴었던 게 벌써 1년이 넘었던지라 나이도 꽤 차이가 나는 재민에게 영진은 둘만 있을 때엔 그냥 반말을 하자며 쿨하게 말을 깠다.


“아, 저번에 카르웬 부지에서 있었던 게릴라 전투.”

“그때 네가 다 쓸었잖아.”

“그래서 징계 먹었다고..”

“왜?”

“포로로 잡아서 심문할 새도 없이 다 죽여 버렸다고 지나친 제압이라고 다음 전투 끝날 때까지 근신이래. 미친. 여태까지 누구 덕분에 게릴라 전투를 다 이겼는데.”

“음.. 괴물..?”


재민의 말에 영진은 더 짜증을 냈다.


“아씨, 진짜. 근데 형도 괴물이라고 부르냐.”

“그냥 한 번 불러봄.”

“형까지 괴물이라고 하지 마라. 그 사람도 좀 불쌍함.”

“왜?”


재민은 정말 모르는 눈치였다.


“걔 그거 7살 때인가 전쟁 고아된 거 군부에서 데려와서 인체실험 당한 거라던데.”

“누가 그래?”

“누리 형.”

“아아.”


재민은 아아, 하면서 누리 형. 하고 중얼거렸다. 중얼거리는 재민의 표정이 꽤나 착잡해보였다.


“형 표정이 이상한데.”

“아, 누리 형 말도 안 하고 미치겠어.”

“왜.”

“몰라. 아무 말도 안 해. 그만두려고 그러나.”

“에이, 누리 형이?”

“그 형 한다면 하는 형이야.”

“그거야 그렇지만..”


영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누리 형 전역하면 어린 센티넬들은 누가 돌보지. 라고 생각했다. 재민은 마치 그 말을 들은 것처럼 혼잣말을 했다.


“그러게. 누리 형 전역하면 좀 쓸쓸할 것 같어.”

“뭘 또 쓸쓸까지야. 청승 떤다.”

“건방진 놈.”


영진은 하던 일은 다 했냐며 재민을 쪼더니 놀지 말고 가서 일이나 하라며 재민을 쫓아냈다. 재민은 여전히 누리 때문에 시무룩한 얼굴로 다시 제 일을 하러 갔다. 영진은 재민이 자리를 뜨자마자 아까 전에 징계를 받기 전에 옆을 지나치며 보았던 병준의 표정을 떠올렸다.


“백영진.”

“결전, 백 영 진.”

“너 또 도폭선 깔았지.”

“..어떻게 아셨습니까?”


부대 내 원사인 대웅은 한숨을 쉬었다.


“너 이 새끼, 적당히 좀 하라고 내가 몇 번 말했어. 이번 전투에선 포로 생포해서 심문해야 한다고 몇 번을 말했냐.”

“.....”

“이러고 또 다음 전투에서 전멸 시키려고 했지.”


시발, 귀신이네. 그러나 영진도 눈치는 있었기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맞네, 이거. 너 다음 전투까지 근신해.”

“예?! 왜요?!”

“요? 왜요?”

“...왜 제가 근신해야 하는 겁니까?”

“다음 전투는 우리 쪽에서 게릴라로 하는 거라서 너 같이 공격적인 센티넬은 투입 안 해도 돼. 병준이 보내면 되니까.”

“걘 엄호만 하는 애지 않습니까? 원사님 후회하실 겁니다.”

“협박하냐, 지금? 마침 왔네.”

“결전, 유 병 준.”

“얘 알지?”

“네, 압니다.”


병준은 빡친 표정의 영진을 힐끔 보고는 다시 대웅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쟤 근신 처분 내렸으니까 애플럼 분지에서 게릴라 작전 어떻게 할지 내일까지 보고해.”

“예, 알겠습니다.”


간결하게 대답한 병준은 그대로 경례를 하고 대웅의 방을 나갔다.


“아, 원사님.”

“시끄럽고, 여태까지 달렸으니까 쉰다고 생각해.”

“전 쉬고 싶지 않습니다만?”

“말이 짧다?”


영진은 뭐 씹은 표정으로 경례를 하고 방을 나왔다. 미친, 센티넬이 전장에 안 나가면 무슨 센티넬이야 이게 말이 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방을 나온 영진은 방금 보았던 같은 센티넬인 병준과 호성이 하는 얘기를 본의 아니게 들었다.


“..난 이해가 안 돼.”

“뭐가요?”

“전쟁을 게임처럼 즐기는 거.”


병준은 유달리도 전쟁을 싫어하는 군인이었다. 전선에 배치되는 군인 중에 누가 전쟁을 좋아하겠냐만은, 병준은 그 중에서도 특출났다. 사람을 죽이고 죽고 상처 입히는 걸 왜 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런 평화주의적 성향 때문인지 병준에게 발현된 센티넬 능력도 바람 계열이었다. 전선에 뛰어드는 게 아닌 아군을 지키고 엄호하는 용도의 능력. 아마도 병준에게 가장 이해되지 않는 부류는 영진 같은 군인일 것이다. 영진은 전투를 즐겼다. 그것도 굉장히 난폭한 방법으로. 영진의 능력은 자연계 중에서도 꽤나 드문 전기를 다루는 능력이었다. 염력도 어느 정도 할 줄 알아서 적진 가운데에 도폭선을 깔아놓고 염력으로 살짝 띄운 뒤 저장해놓은 전류로 팍, 터뜨려버리는 방법을 즐겨 썼다. 이번에도 그렇게 했다가 근신 처분을 받은 것이었다. 가만히 듣다보니 영진은 약간 억울했다. 날 제멋대로 판단하시네.


“너.”

“.....”

“내가 전쟁을 게임처럼 재밌게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지?”

“.....”


병준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미 입 밖으로 뱉어버린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영진은 그런 병준을 보고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네 능력이 내 능력 같은 거였으면 너도 나처럼 했을 걸.”

“.....”


그렇게 한 마디를 던진 영진은 좀 지나가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호성과 병준을 지나쳐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병준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나오는 지명은 다 창작임. 얘네가 사는 세계관에서 자기들이 속한 국가는 군부국가이면서 독재국가. 총통이 존재함.
호종, 누리가 가이드고 나머지 영진이, 재걸, 병준이는 다 센티넬임. 영진이 능력은 전기+염력, 병준이는 바람 계열. 재걸이는 기계, 재민의 능력은 다음편에 바로 나옵니다. 간단간단하게 에피소드로 쓸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