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3. The Monster is Watching You
그 얼굴이 자꾸만 생각이 났다. 매일 교전이 끊이지 않는다는 동부 전선에는 어울리지 않는 예쁜 얼굴. 조재걸의 얼굴. 한 눈 팔지 말자고 생각도 해보았지만 생각이 물 위에 떠오르는 튜브 마냥 둥둥 떠오르는 것은 호종의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나 조재걸이란 사람 봤다.”
“괴물을요? 용케도 보셨네요.”
“괴물 아니고 사람이던데.”
그 말을 뱉는 호종의 표정이 약간 살벌하게 보여 호성은 살짝 쫄았다.
“그래서 본 소감은 어떠셨습니까?”
호성은 웃는 낯으로 물었다.
“그냥...”
호종은 시선을 들어 먼 허공에 던졌다. 소감이 어땠더라. 그 사람 얼굴 밖에 기억이 안 나. ..아, 그리고 참 말랐던 몸도.
“얼굴이 지나치게 예쁘던데.”
“그 분이 좀 그렇죠. 마치..”
“여기에 하나도 안 어울려.”
“맞아요. 저도 원사님 처음 봤을 때 그렇게 생각했어요.”
“뭐? 원사?”
“엥, 모르셨습니까? 그 분 원사십니다. 하사님 진짜 운 좋으셨던 거예요. 저희 같은 견습 가이드들은 원사나 그 이상 되는 사람들 코빼기도 볼 수 없으니까 말입니다.”
호성은 말을 이었다.
“사실 계급은 더 높아야 맞는 거지만요.”
“그 정도야?”
“네. 하사님도 들으셨잖아요? 장병 200명의 역할을 한다고. 그거 구라 아니에요. 진짜로 혼자서 레지스탕스들 다 쓸어버려요. 화력이 너무 세서 시체도 안 남는다고 들었습니다. 폭격이 끝나면 살점이랑 피바다만 남는데요. 재민이 형이 그 사람은 원사가 아니라 준위 정도의 계급으로 취급해야 맞는 거라고 하셨습니다.”
“아...”
호종의 생각보다 더욱 더 먼 사람이었다. 말 그대로 별 중의 별. 보통 어떤 장정이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영웅이라면, 그것도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에 대한 말을 할 때 존경심이 뚝뚝 묻어나기 마련이다. 존경심이 아니더라도 요만큼의 경외심 같은 것은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호성의 말투엔 그런 것이 없었다. 오히려 재걸에 대한 말을 할 때 호성의 태도는 공포나 두려움에 가까웠다. 호종은 그것이 의아했다.
“하사님 그거 아세요?”
“뭐.”
“레지스탕스들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에 남은 외벽에 그런 말이 써져있어요. 우리 군에서 일부러 써놓은 거지만.”
“어떤?”
“‘The Monster is Watching You.’”
“.....”
호종은 더 이상 호성의 말에 어떤 대답도 하지 못했다.
**
회의실에서는 영진을 뺀 대다수의 센티넬들이 곧 있을 게릴라 작전에 대한 전략을 짜고 있었다. 그 안의 중심이 되는 사람은 물론 병준이었다.
“중사님 작전은 이 정도면 된 것 같습니다.”
“그래?”
“예. 작전에 의한 훈련만 제대로 한다면 성공이야 따놓은 당상...”
“장담하지 마.”
“예?”
“다른 작전처럼 조 원사랑 같이 가는 것도 아니고 우리끼리 작전 하는 건 처음이야. 어떻게 성공하리라고 보장할 수 있지?”
“..죄송합니다.”
“훈련 제대로 해. 나는 저번 작전에 대한 보고서를 백영진 대신 작성해야 하니까 아마 훈련에 전부 참여하지는 못할 테니까.”
“예. 알겠습니다.”
센티넬들은 경례를 하고 물러갔다. 병준은 지체 없이 영진이 게릴라 작전을 했던 카르웬 부지로 향했다.
‘아, 일하기 싫다.’
‘카르웬 부지면.. 지도를 가지고 가야하나?’
‘센티넬 훈련 받기 귀찮아. 난 지금 당장 전투에 나갈 수 있는데!’
‘오규민 또 설친다, 저러다 저번처럼 부상 당하려고.’
재민은 괴로웠다. 센티넬의 능력이 느닷없이 각성해버린 덕분에 주위로 지나가는 모든 사람의 생각들이 고막에 꽂아 넣는 것처럼 생생하게 들렸다. 궁금하지도 듣고 싶지도 않았지만 재민은 평범한 군 생활을 해오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 능력을 어떻게 다뤄야하는지 감도 오지 않았다. 그저 병상에 누워 지끈지끈, 혹은 따끔따끔한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 쥐는 것밖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눈을 질끈 감고 끙끙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많이 힘드냐.”
“누리 형..”
두 손을 내린 재민은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누리는 재민의 그 얼굴이 안쓰러웠다. 누리가 가까이 다가와 가이드로서 케어를 해주려고 했지만 재민은 거부했다.
“형 가까이 오지 마.”
“뭐?”
“나 형 생각까지 엿듣기 싫어.”
누리는 그제야 아.. 쟤 그런 능력이 각성된 거랬지. 하고 생각했다. 참 자신이 생각해도 무덤덤한 생각이었다.
“왜.”
“왜냐니, 싫은 게 당연하잖아.”
재민은 거의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목소리가 왜 그렇게 야릇하게 들리는지 모를 일이었다.
“괜찮아.”
그렇게 말하며 누리는 다시 재민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오지 말라니까!”
재민이 소리쳤다. 8년인가 9년을 알고 지냈는데 재민이 그렇게 크게 소리치는 건 처음 본 누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다른 사람 생각 같은 거 듣기 싫어. 그런데 형 생각은 더 엿듣기 싫어. 내 세상이 갑자기 시끄러워졌어..”
누리는 아무 말 없이 재민에게 성큼성큼 걸어가서 볼을 한 번 쓰다듬어주고 침대에 재민을 눕혔다. 그리고 재민의 손을 꽉 잡아주며 말했다.
“괜찮아. 조금만 더 자면 괜찮아질 거야. 내가 있잖아.”
손에 더 힘을 주었다. 누리는 지금 재민에게 처음으로 가이드로서 능력을 보이고 있었다. 재민은 금세 괴로워하던 걸 멈추고 스르륵 잠이 들었다. 누리는 곤히 잠든 재민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가이드 힘을 나름 필사적으로 쓴 게 종인이 이후로 처음이라고 하면 너는 무슨 표정을 지으려나. 아니 지금 이 순간을 기억이나 할지 모르겠다. 누리는 애틋한 손길로 재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손길에 어떤 녹진한 애정이 들어가 있는지 누리를 제외한 누구도 알지 못했다.
카르웬 부지를 갔다온 병준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 생각에 잠겨있었다. 간혹 센티넬인 부하 장병들이 훈련 보고를 하러 들어와도 듣는 둥 마는 둥 영 집중을 하지 못해 부하 센티넬이 중사님 어디 편찮으십니까? 하고 묻기도 했다. 병준은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고 부하를 내보냈다. 병준이 깊은 생각에 잠긴 이유는 영진 때문이었다. 정확하게는 영진이 했던 게릴라 작전의 맹점과 영진이 왜 그런 과격한 방법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깨달음이었지만.
카르웬 부지는 정말로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나 다름없는 지역이었다. 그런 아무것도 없는 부지에서의 전투는 정면충돌과 같은 거였기 때문에 보통 작전을 벌이는 장소에선 배제하지만 그 근처에 레지스탕스들의 본거지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이상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병사들의 엄폐도 불가능했고 정말로 정면으로 부딪히는 작전 밖에 쓸 것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 포로를 죽이지 않고 생포해서 심문까지 하는 건 가능성 0에 가까운 일이었을 게 분명했다. 병준은 영진을 이해했다. 그게 다 이유가 있어서 그랬던 거였나. 영진은 궁여지책으로 반란군이 다가오는 발밑에 도폭선을 깔고 터뜨렸을 것이다. 영진이 총대를 메고 앞장서서 선봉장이 되지 않았다면 피해가 더 컸을지도 모른다. 물론 입수된 정보의 반란군의 수보다 작전에 투입된 병사들의 수가 훨씬 많아 수행이 가능했던 작전이긴 했지만.
‘너.’
‘내가 전쟁을 게임처럼 재밌게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지?’
‘네 능력이 내 능력 같은 거였으면 너도 나처럼 했을 걸.’
병준은 영진이 그때 지었던 쓰디쓴 웃음을 기억했다. 그 얼굴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
근신 처분을 받은 영진과 센티넬의 능력이 발현되어 아직 안정이 되지 않은 재민을 어쩔 수 없이 제외하고 나머지 센티넬들과 병준은 작전을 수행하러 애플럼 분지로 갔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아니, 어쩌면 병준은 예상을 이미 하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작전을 짜면서 병준은 자꾸만 백영진이 있으면 좀 더 빠르고 수월하게 작전을 끝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을 거듭 하는 제 자신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중사님!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인데.”
말투는 차분했지만 병준은 당황하고 있었다. 분지 자체는 숲에 둘러싸인 곳이라 요새로 쓸 수도 있었다. 그러나 유인 작전을 시행한다고 해도 유인 당해서 분지 가운데로 모인 반란군들을 한 번에 쓸어버릴 공격적인 센티넬이 병준의 수하엔 없었다. 병준의 능력은 자연계 쪽에서도 바람을 다루는 능력이었고 그나마 있는 센티넬 중에 제일 강한 센티넬은 물을 다루는 병사였다. 그러나 그 병사도 병준과 마찬가지로 물로 방어막을 치거나 돌진하는 반란군을 밀어내는 데에 더 특화되었던 병사였기 때문에 해결되는 것은 없었다. 결국 병준과 물을 다루는 센티넬 둘이서 어떻게든 공격해오는 반란군을 근근이 막고 있는 상황이었다.
“...씨발.”
작전은 완벽히 실패했다. 병준은 이 악물고 바람의 장막을 더 두껍게 치며 무전으로 본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애플럼의 유병준 중사입니다. 작전이 실패했습니다. 신속히 조재걸 원사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누리는 호종에게 방탄복을 내주며 말했다.
“전투 준비 해.”
“예?”
“애플럼으로 나간 센티넬들이 오히려 역공 당하고 있어. 가이드들이 가서 도와줘야겠다. 내가 차분하게 말하고 있지만 꽤나 긴급 상황이야.”
“예,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
“조재걸 원사도 함께 간다.”
“예?!”
호종은 지나치게 놀랐다. 누리는 호종의 반응이 왜 저렇게 격한지 의아한 표정이었다.
“백영진 중사가 근신 징계를 받았고 작전을 수행하는 센티넬 중에 공격 특성의 센티넬이 없어서 문제가 생긴 모양이야. 조재걸이 가서 진압해야겠지. 너 내가 미리 말해두는데,”
“네.”
“조 원사 보고 놀라지 마라. 이제 하루가 멀다하고 보게 될 광경이니까.”
“네...”
네, 라고 대답을 하긴 했지만 호종은 솔직히 말해서 누리가 정확히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호종은 그저 재걸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디 가서 말하지 못할 기대감이 치솟고 있었다. 그때 넓디 넓은 훈련장 멀리서 보았던 재걸의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 호종은 가만히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상하게도 심장이 아까보다 조금 더 빨리 뛰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런 철없는 기대와는 달리 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호종에게는 첫 실전이었고 어느새 재걸에 대한 생각은 온데간데없고 부상당한 센티넬들을 치료하고 능력을 증폭시키는 것이 어떤 방법이었는지 기억을 헤집었다. 누리와 호종이 방탄복을 입고 이리저리 급박하게 뛰어다니고 있을 때 막 도착한 재걸은 오히려 옷을 벗고 있었다. 호종이 그때 본 셔츠와 헐렁해 보이는 군복 바지만 입고 있었다. 호종은 무슨 생각인지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서 물었다.
“안 추우십니까..?”
재걸은 아무런 감정이 없는 표정으로 호종을 몇 초간 바라보다 입을 뗐다.
“신입인가?”
“예, 하 사 이호종!”
“..그래. 전투에 나갈 때 난 원래 이러고 나가. 이게 내 전투복이나 다름 없어.”
“아, 네..”
재걸은 다시 호종을 물끄러미 보며 물었다.
“그럼 군은 내가 훈련하는 것도 못 보았나?”
누리가 재걸이 물으면 대답하지 말라는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왠지 호종은 거짓말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 오늘이 처음입니다. 원사님.”
재걸은 그 말을 듣고 쓴웃음을 지었다.
“안타깝네.”
“..왜 그렇습니까?”
“곧 보게 될 거니까.”
몸의 반 이상이 기계이자 병기인 재걸은 까놓고 말해 괴물이나 다름없었다. 이 사실을 제일 잘 알고 있는 건 본인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날에 인체실험을 당하고 병기가 심어진 몸이 얼마나 저주를 받은 것과 같은지 깨닫게 되는 날은 그리 길지 않았다. 때문에 재걸은 수많은 전투에 임할 때마다 자신이 들여도 될 만큼의 힘보다 더 많은 화력을 퍼부었다. 어디서 그런 병기를 가져왔던지 재걸이 그렇게 이성을 잃고 공격을 하면 재걸의 이성은 어느 순간 잠들고 병기로서의 본능만 깨어 과잉 진압을 할 때가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수뇌부는 그런 과잉공격을 눈 감아 주었다. 알량한 배려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재걸은 화가 났고 축적된 분노는 자기 파괴적인 면모로 돌아왔다. 아무리 마음을 잡고 나는 그저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려고 해도 전투에만 들어서면 재걸은 또 다시 이성을 잃고 폭주했다. 아마 오늘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불길한 예감은 들어맞았다.
“중사님....”
호종은 떨리는 목소리로 누리를 불렀다. 누리는 씁쓸한 표정으로 폭주하며 달려드는 반란군을 사람에서 살점으로 만들어버리는 재걸을 보고 있었다. 재걸과 호종과 누리와 나머지의 가이드들이 투입되기 전에 부상당한 병사들은 이미 어느 정도의 치료가 끝나있었다. 재걸의 뒤에서 병준이 엄호를 하고 있었고 재걸의 살갗을 찢고 나온 금속날개가 둔탁하게 펄럭거리고 있었다.
“저거... 원사님 말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두려움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동시에 걱정이 묻어나는 목소리 같기도 했다.
“저걸 누가 말려.”
“.....”
“넌 처음 보겠지만 쟤 저러는 거 처음도 아니야. 매번 저래.”
“그래도 그렇지 말입니다.”
“항상 저러면 폭주 직전에 우리가 달려들어서 말리곤 하는데.. 오늘은 좀.. 심하네.”
“지금 소강된 상태이기도 하고 원래 이 작전 반란군을 생포에서 심문하는 게 목적 아닙니까?”
“모든 작전이 계획한 대로 진행된다는 보장이 어디 있나?”
누리가 하는 말은 구구절절 다 맞는 소리였다. 현실적인 말이기도 했다. 그러나 호종은 약간 미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센티넬에겐 리바운드라는 것이 있다. 교과서에서 읽은 센티넬은 가지고 있는 능력이 대부분 자신의 신체를 소모하여 내뿜는 것과 같기 때문에 능력을 쓰면 쓸수록 그 여파는 자신의 신체에 되돌아온다고 했다. 그리고 그 자체를 사람들은 리바운드라고 불렀다. 때문에 센티넬은 자신의 능력을 잘 조절하여 쓰되 리바운드가 크게 오지 않게 조심해야 했고 그런 센티넬들을 보조하는 게 가이드들의 일이었다. 호종은 폭주의 합병증과도 같은 리바운드가 무서웠다. 특히 ‘재걸’의 리바운드가 무서웠다. 누가 보아도 저렇게 지나치게 힘을 쏟으면 후유증이 극심할 거란 건 명확했다. 그러나 누리는 가만히 있었다. 지켜보자는 의견이었다. 항상 이래왔다고, 조재걸은 아무도 말릴 수 없다고 하면서. 상사가 하는 말이었기 때문에 호종은 튀어나가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다. 전전긍긍하며 재걸이 싸우는 걸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그 때, 반란군 쪽에서 날아온 총탄이 재걸의 옆구리를 뚫고 나갔다. 쉴 새 없이 미사일을 퍼붓던 재걸은 순간 비틀거렸다.
“..윽.”
“중사님..!”
“네가 가서 어쩌려고.”
호종은 참을 수 없었다. 나중에 상관들에게 끌려가 시말서를 써야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중사님, 죄송합니다.”
그리고 호종은 누리가 붙잡을 수도 없이 빠르게 전장으로 뛰어갔다. 뒤에서 엄호하던 병준이 전투 한 가운데로 뛰어드는 호종을 보며 저, 미친 새끼..!!! 하는 욕설이 들렸다. 호종은 총탄이 뚫고 나간 옆구리를 붙잡고 있는 재걸에게 달려갔다. 점점 가까워지는 재걸의 모습은 가히... 신과도 같았다. 기계의 신. 날개뼈 근처를 뚫고 나온 금속날개는 피가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아무래도 날개가 나올 때마다 살갗을 갈기갈기 찢고 나오는 듯 했다. 그걸 깨닫고 호종은 마치 자신의 살갗이 찢어졌던 마냥 얼굴을 찡그렸다. 호종은 재걸의 팔을 붙잡았다. 재걸은 여전히 옆구리를 붙잡고 고개만 돌려 호종을 쳐다보았다. 재걸의 눈은 완전히 죽은 눈이었다. 그 안에 재걸의 이성이란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았다. 호종은 다짜고짜 재걸의 얼굴을 붙잡고 입을 맞추었다. 재걸은 거부하지도 않았다. 눈을 질끈 감고, 이 사람을 치료해주고 싶다. 다친 걸 낫게 해주고 싶다. 이런 생각만 반복했다. 재걸의 입술은 바짝 말라 있었고 의외로 따뜻했고 부드러웠고 제 혀에 감기는 재걸의 혀는 입술보다 뜨거웠다. 어떤 영화에선가, 키스를 하면 머릿속에서 종이 뎅뎅 울린다고 했다. 호종은 재걸에게 입 맞추는 순간, 종이 뎅뎅 울리는 소리 대신 기어와 베어링이 드르륵거리며 돌아가는 소리를 들었다.
일주일만이라니 ㅂㄷㅂ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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