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4. 맹목
누리는 돌아버릴 것 같았다. 그건 호종 때문이기도 했고 재민 때문이기도 했고 병준과 영진 때문이기도 했다. 누리는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이를 득득 갈았다. 이런 망할 놈들, 허우대 멀쩡한 놈들이 사고만 진탕 치고 다니고 말이야. 물론 그 중에서 재민은 제외였다. 누리는 자신에게 닥친 여러 고난유발자들을 냉정하게 줄 세웠다. 가장 골치가 아픈 놈은 이호종이었다. 벌써 애플럼 분지에서의 게릴라 전투로부터 이틀이나 지났지만 호종은 깨어날 기미도 안 보였다. 이런 미련한 놈. 센티넬의 능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다루기 어려워지고 센티넬 본인의 몸에 가는 타격도 크기 마련이다. 그래서 강한 센티넬들을 보좌하는 가이드들의 신체에도 타격이 작지 않았다. 이호종은 분명 그딴 건 생각도 하지 않고 달려들었을 것이다. 자신에게 정중하게 죄송합니다, 라고 하고 뛰어나가는 이호종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건 눈이 먼 얼굴이었다. 어쩔 수 없었겠지. 라고 생각하려고 했지만 누리는 소위 말해, 빡쳤다. 뒷수습은 내가 다 해야 하잖아. 대책 없는 새끼. 반란군들은 일부러 오염된 무기들을 사용해서 그것들로 상처를 입으면 잘 아물지도 않았다. 재걸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아무리 병기라 해도 반은 인간이니까. 그러나 재걸은 호종보다 빨리 정신을 차렸다. 누리는 먼저 깨어난 재걸에게 조용히 물었다.
“무슨 일 있었는지 기억하십니까.”
재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옆 침대에 누워있는 호종을 보았다.
“저 애가 날 구해준 거지?”
그걸 구해줬다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누리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재걸은 침대 옆에 놓인 물병에 손을 뻗으려다 욱신거리는 통증에 옆구리를 움켜잡았다.
“아직 움직이지 마십시오. 가이드 덕분에 상처가 아물긴 했지만 그래도 총알이 관통했었으니까요.”
“둘만 있을 땐 존댓말 하지 말랬잖아.”
누리는 힐끔, 의무실 문을 보았다.
“..누가 들어올까 봐.”
“뭐 어때. 내가 시켰다고 하면 되지.”
“너야 원사니까 그게 먹히는 거지 나는 일개 중사야, 임마. 너랑 나랑 계급이 몇 개가 차이가 나는데.”
재걸은 희미하게 웃었다. 누리는 삭막한 동부 전선에서 그나마 오래 보았고 또 재걸이 유일하게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었다.
“참,”
재걸이 누리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나 전역 안 하기로 했다.”
“왜?”
누리는 답지 않게 머쓱한지 머리를 긁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됐다. 어떤 ‘애’ 때문에.”
“애? 오규민 병사?”
“그 놈 말고.”
“아아.”
재걸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누리를 보며 웃었다.
“그렇게 쉽게 바뀔 마음이었으면서 2년 동안이나 전역 신청서를 품고 다닌 거야?”
“놀리지 마. 쉽게 결정한 거 아니니까. 물가에 내놓은 애새끼 같으니 이거 참.”
“스물일곱 어디가 애 같다는 거야.”
“..나보다 어리면 다 애야.”
누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변명했다.
“그래서 말인데, 걔한테 얘기하려고.”
“전역 안 한다고?”
“아니 그거 말고.”
재걸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연애하자고.”
“..청춘이시네. 노인네가.”
“죽는다. 너는 생각 없냐? 매일 훈련만 하면서 시간 보내기엔 아깝잖아.”
“.....”
재걸은 말이 없었다. 누리도 대답을 바라고 말을 한 건 아니었다. 내가 연애? 재걸은 고개를 저었다. 군인으로서 할 일이 바빠서 연애는 사치라는 말을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자신과 연애는 거리가 매우 먼 얘기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그런 감정이 있는지도 모르겠어. 재걸이 고민하다가 말을 뱉으려는 순간 의무실 문이 열렸다.
“결 전! 장누리!”
“..병실에서 구호는 생략해도 된다고 했잖아.”
“예, 대위님. 그런데 어쩐 일로..”
현우는 고갯짓으로 재걸과 호종을 가르켰다.
“위에서 명령이 내려왔어.”
“무슨..?”
“이호종 하사 깨워라.”
“네?”
현우의 말에 따라 들어온 병사들이 호종의 침대로 다가가 링거에 주사기를 꽂아 넣었다.
“급박한 상황에서 조재걸 원사의 상처를 가감 없이 받아냈기 때문에 쉬어야합니다. 대체 무엇 때문에 이호종 하사를 억지로 깨우시는 겁니까?”
“내가 지시했어.”
이번엔 재걸의 눈도 커졌다.
“소령님!”
“다들 오랜만이네.”
소령으로 진급해 수도의 중앙사령부로 자리를 옮겼던 노철이 아무런 기별 없이 동부 전선으로 온 것이었다. 누리도 어안이 벙벙해 말을 하지 못했다.
“소령님 연락도 없이 언제 오셨습니까?”
“방금.”
“..저 때문에 온 겁니까?”
“뭐.. 너랑 저기 누워있는 이호종 하사 때문이지. 좋은 일로 온 게 아니라서 뭐라고 할 말이 없네.”
“..아닙니다.”
노철은 미안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이어서 말했다.
“대웅이 형이 전보를 보내서 연락도 못하고 급하게 왔어. 그저께 교전에서 저 애가 너랑 접촉했다면서.”
“제가 부하 관리를 못해서 생긴 불찰입니다.”
“괜찮아. 상부에서도 그건 넘어가라고 했으니까.”
대체 왜..? 평소 같았다면 보고서를 가장한 시말서를 쓰고도 남았을 일이었다. 더 심하면 영진처럼 징계를 먹을 수도 있었다. 현우의 명령을 받은 병사들이 호종의 링거에 주사를 놓고 다시 현우의 뒤에 섰다.
“이호종 하사가 너와 접촉했을 때 어땠나?”
“..제가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네가 느낀 그대로 답하면 돼.”
“..저에게 붙여졌던 다른 가이드들보다 더 나았던 것 같습니다.”
노철은 재걸의 대답을 흥미로운 표정으로 들었다.
“어떤 면에서?”
“..접촉을 한 직후 병기가 잠들었으니까요.”
병기에 대해 어렴풋이만 아는 누리는 그 말이 정확히 어떤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현우와 노철은 빠르게 시선을 주고받았다. 아무래도 자신들이 생각한 정황이 들어맞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호종 하사를 깨우라고 한 거야.”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너네 싱크로율 확인 좀 해보려고.”
재걸은 대놓고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가까운 곳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난다. 온몸이 뻐근했고 특히나 옆구리는 뚫린 것처럼 욱신거렸다. 누리의 커다란 목소리와 병사들이 놓은 약에 의해 호종은 잠에서 깨었다.
**
이상하게도 대웅은 병준에게 별 다른 소리를 하지 않았다. 작전은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보고서나 그런 걸 써오라며 지시를 하지도 않았다. 병준이 불안해서 일부러 대웅을 찾아갔을 때엔 다른 일이 생겨 바쁘다며 자기가 나중에 부르겠다는 말을 했다. 보고서나 징계 말고도 보고 있는 일이 많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고 하려고 해도 병준의 마음은 영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이제라도 공격적인 지휘나 능력개발을 해보지 그래?”
애플럼 분지에서의 게릴라 교전이 끝난 직후 영진의 징계는 바로 풀렸다. 그건 병준이 틀린 방법을 썼다는 말과도 같은 뜻이었다. 영진이 자유로운 몸이라면 다음 작전의 지휘봉은 영진에게 갈 것이 분명했으니까. 그러나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어도 누군가에게 지적을 받으면 기분이 더러운 법이다. 그것도 그 당사자에게라면 더더욱.
“시비 거는 겁니까?”
“그건 아니고 충고.”
“그딴 거 필요 없습니다.”
“작전 내용 훑어보니까 그딴 거 필요할 것 같던데.”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작전 내용을 읽었죠?”
“중사 이상은 보고서 내지 관련 서류 열람 자유인 거 모르지 않으실 텐데.”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영진은 정직하게 도발하고 있었다.
“나한테 그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뭡니까?”
“아직 현실을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중사까지 올랐으면서 그 지형에서 수비적인 작전이라니 나로서는 이해가 전혀 안 되네.”
“그럼 당신이 작전을... 아~ 그쪽은 너무나 공격적인 작전을 해서 근신을 받았었죠.”
카르웬 부지에서 영진은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걸 알면서도 병준은 영진을 비꼬았다. 병준이 가진 최소한의 방어 기제였다.
“다 알면서 그렇게 말하는 걸 들으니 이젠 안쓰럽기까지 하네.”
“뭐라고?”
“난 어느 누구에게도 별로 관심이 없어서 네가 뭘 하고 다니든 상관이 없어. 근데 본인 때문에 다른 사람이 죽어나가는 건 좀, 아니 상당히 민폐지. 애플럼에서 조 원사가 헬프로 날아가지 않았으면 너를 비롯해 같이 있었던 센티넬들이 다 뒤질 수도 있었어.”
“.....”
“지금 상부에서도 센티넬 숫자에 대해서 심하게 우려하고 있는 건 알고 있잖아? 우린 장기 말이야. 어느 순간에서든 가이드들이 다 죽어 없어져도 우린 그 시체밭을 밟고 살아 돌아와야 한다고.”
“난 아무도 죽는 걸 바라지 않습니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죽일 뻔 했지.”
“.....”
“가끔 보면 그쪽 병사들을 사람으로 보는 것 같더라고.”
“그러면 안 됩니까?”
병준은 동부 전선 안에서도 드문 평화주의자였다. 전쟁은 혐오스러웠고 누군가를 죽고 죽이는 건 가능하면 하고 싶지도 보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온 작전이 은신하고 있다가 기습하며 아군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하는 작전이었다. 그러나 그 작전은 실패했다. 영진은 그런 작전 자체를 짜게 되었던 병준의 기저를 비판하고 있는 거였다.
“애초에 전제가 틀렸잖아. 병사는 사람이 아니야. 우리가 나이트나 비숍이라면 걔네는 그냥 폰이야.”
“당신과의 대화는 아예 성립이 안 되네요. 앞으로 공적인 일을 제외한 자리에선 말 걸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더 이상 대화가 통할 것 같지 않아 병준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장기 말이라니, 어떻게 그런 비인도적인 말을. 등을 돌려 제게서 멀어지는 병준에게 영진은 말을 던졌다.
“내가 한 말 잘 생각해봐. 생각하기도 싫겠지만.”
“싱크로율을.. 여기서 확인한다고요?”
당황해서 다나까로 말하지 못했다. 그러나 현우나 노철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런 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기다려봐. 네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보게 될 테니까.”
“지금도 충분이 예상치 못한 상황입니다.”
“아, 이호종 하사. 일어났나?”
잘생긴 얼굴을 찌푸리며 호종은 몸을 일으켰다. 상체를 일으키니 옆구리의 통증이 더 거세어졌다.
“으악....”
“자네도 옆구리에 통증이 있나?”
자네‘도’ 라니, 그게 무슨 말이지. 호종은 얼떨떨해하며 제 앞에 있는 군인들에게 대답했다.
“예.. 무언가로 쑤시는 것 같은 통증이 좀 있습니다.”
“이틀 전에 일은 기억하나?”
호종은 눈동자를 굴렸다. 이틀 전이라니? 어리둥절한 표정의 호종 대신 누리가 말했다.
“그때 쓰러지고 내리 정신을 잃었으니 날짜 감각이 없을 겁니다.”
“아, 그렇군.”
“애플럼 분지에서 교전이 있었던 날. 기억나?”
“아, 예! 기억이 납니다.”
“조 원사랑 접촉했었다고 들었다.”
재걸은 지그시 눈을 감았고 호종은 재걸이 화제에 오르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제 옆 침대에 앉아있는 재걸을 발견했다. 이렇게나 가까이서 재걸은 본 것은 첫 키스 이후로 처음이었다. 호종은 머릿속이 하얗게 번져 대답을 하지 못했다.
“조 원사.”
“네, 소령님.”
“총알이 뚫고 지나간 상처 좀 보여줘.”
“싫습니다.”
“.....”
재걸의 당연한 거절에 현우와 누리와 호종은 눈만 깜빡거렸다. 자신들은 끼어들 수 없는 계급 사이였다.
“조재걸.”
“왜요.”
“네가 왜 거부하는지 알아. 그래도 해. 이건 명령이야. 다시 싫다는 대답이 나오면 그땐 명령 불복종으로 알아듣겠어.”
“소령님.”
“중사는 가만히 있어.”
재걸은 여전히 끔찍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호종은 늘 무표정이던 재걸의 얼굴에서 감정이 드러나는 얼굴을 처음 보아서 하얗게 되던 머릿속이 더욱 하얘졌다. 처음 든 생각은 아주 멍청한 생각이었다. 와.. 어떻게 찡그리는 표정도 예쁘지. 신기한 사람이다. 재걸은 꾸물거리며 상의를 들춰서 옆구리를 보여주었다. 총탄이 뚫고 간 자리가 선명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상처는 조금 아물어 있었다. 노철은 그걸 보고 호종에게 고개를 돌려 똑같은 것을 요구했다.
“하사도 아픈 부위를 보여줘. 내 생각엔 조 원사랑 똑같은 부위일 게 뻔하지만 그래도 확인은 해야지.”
호종은 정노철 소령의 명에 바로 상의를 걷어 올렸다. 호종이 이틀 내내 깨어나지 않아 모두가 처음 보는 상처였다. 재걸과 똑같은 부위에 동그란 모양으로 빨갛고 푸른 피멍이 잔뜩 들어있었다. 확인을 한 노철은 재걸에게 말했다.
“봤지? 접촉해.”
“예?!”
“소령님.”
“조용.”
이래서 재걸이 끔찍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던 건가. 그렇게 생각하니 호종은 금세 시무룩해졌다.
“.....”
“그렇게 민망해?”
“이건 민망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알았어. 나가줄게.”
“소령님!”
“뭐가 띠꺼운데. 어차피 가이드들은 다 이런 용도야. 넌 자기혐오를 좀 덜 할 필요가 있어.”
노철의 말에 정곡을 찔렸는지 재걸은 더 이상 대꾸 하지 않았다. 노철은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병사들에게 잠시 나가있으라고 명령했다. 그건 누리와 현우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끝으로 노철도 문을 닫아주며 의무실을 나갔다. 그러나 둘만 남게 된 호종은 죽을 맛이었다. 기억이 아예 나지 않았다면 좋았으련만. 애플럼에서의 기억은 생생하게도 살아났다. 특히 제 혀에 닿았던 재걸의 입술과 혀끝은 캔버스에 퍼지는 유화 물감처럼 선명했다. 다시 떠올리니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접촉이.. 그.. 제가 사관학교에서 배운 그거죠..?”
호종은 주저하면서 물었다. 금세 표정이 사라져 무감한 얼굴의 재걸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무언은 긍정의 뜻이나 다름없었다. 호종은 욱신거리는 통증을 참으며 침대를 벗어나 재걸에게로 다가갔다.
**
“형 표정이 왜 그래?”
잘 자고 잘 먹고 해서 그런지 재민의 얼굴이 좋았다. 살이 더 붙은 것 같기도 하고..
“쫓겨났어.”
“뭐?”
“조재걸 병실에서 쫓겨났다고.”
“아아, 난 또.. 놀랬잖아.”
안도했다는 표정을 짓는 재민을 보고 누리는 뒤늦게 깨달았다. 아, 얘 내가 전역 안 한 거 아직 모르나? 아무도 얘기를 안 했나? 얘기를 할 사람도 할 이유도 없었다. 누리가 전역을 할 생각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았지만 전역하기를 그만 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재걸을 제외하고는. 규민도 가끔 중사님 전역 진짜 하실 겁니까? 라며 물었고 그때마다 누리는 대답을 하지 않거나 얼버무렸다. 그러니 누가 누리가 여전히 군에 남아있을 거라고 확답을 해주었겠는가. 더군다나 재민이 쉬고 있는 방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은 몇 되지 않았다. 누리는 가끔 이렇게 재민에 한해서는 당연한 듯이 독단적이었고 이기적이었다.
“근데 있잖아, 형..”
“응?”
누리는 자연스럽게 재민의 손을 잡고 있었다. 재민을 보러 오면 누리는 항상 재민의 손부터 찾았다. 재민의 손은 하얗고 가늘고 예뻤다. 군인의 손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전역 하는 거 아니었어..?”
누리는 올 게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 해.”
“..아... 어? 왜?!”
“야 넌 내가 전역 했으면 좋겠냐?”
“아니! 아니.. 그건 아닌데...”
누리의 물음이 끝나기도 전에 곧장 아니라고 대답하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귀엽네. 왜 이렇게 귀엽냐.
“그냥, 안 하기로 했어.”
“왜..?”
재민은 누리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누리는 대답을 하지 않고 시간을 끌었다. 뭐라고 대답할까. 너 때문에. 라고 대답할까. 뭐라고 말할까. 누리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 재민은 아마도 자신이 자기를 좋아하는지 모를 것이다. 동료로서, 전우로서 좋아하는 거야 물론 알고 있겠지만 누리의 마음 깊숙이 재민에 대해 어떤 생각과 어떤 집착과 어떤 욕구를 가지고 있는지는 꿈에도 모를 것이다. 재민에게 발현된 능력이라면 그걸 들여다볼 수 있겠지만 재민은 죽어도 누리의 생각을 들여다볼 성격도 아니었다. 누리는 가끔 그게 답답했다. 그냥 눈 딱 감고 들여다봐도 될 텐데.
“그냥, 그런 게 있어.”
재민은 으응..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어딘가 모르게 조금 시무룩해보였다.
그로부터 이틀 후, 누리가 재민의 전담 가이드가 됐다는 소식이 전군에 퍼졌다.
'연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플렘와치, 세이브꿍, 카인제파] 센티넬버스AU+최종병기그녀 05 (5) | 2015.01.21 |
---|---|
[플렘와치] 독 04. (0) | 2015.01.12 |
[플렘와치, 세이브꿍, 카인제파] 센티넬버스AU+최종병기그녀 03 (2) | 2014.12.25 |
[플렘와치, 세이브꿍, 카인제파] 센티넬버스AU+최종병기그녀 02 (1) | 2014.12.18 |
[플렘와치, 세이브꿍, 카인제파] 센티넬버스AU+최종병기그녀 01 (0) | 2014.12.17 |